장안의 화제가 된 책이길래 네이버 검색해 봤다가 주인공이 아주 시궁창 똥밭 가시덤불에 구르다 못해 피칠갑이 되고 그 와중에 예쁘다고 해서+야리꾸리한 표지에 낚여서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었다.
읽고 난 소감 :
1. 작가님 본인의 욕망을 주드에게 마음껏 뿜뿜하셨군녀...
2. 하드코어 비엘에 단련된 동인녀라면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을 수준이긴 합니다(...)
일단 주인공인 주드부터 살펴볼까연...
- 태어나면서부터 버려짐+무자비한 학대와 폭력으로 비참의 끝을 달리던 어린 시절.
- 그로 인해 자존감이 낮다 못해 지하를 뚫고 감
- 하지만 본래는 순수하고 애정결핍인 어린이
- 예쁨
- 그런 시궁창같은 어린시절 성장과정에도 개똑똑해서 명문대를 전액장학금 받고 진학
- 게다가 어릴때부터 구른 짬밥으로 요리 청소 원예 등등 못하는 게 없음.
- 매춘 경력 덕분(?)에 섹스도 잘한대요 근데 정작 본인은 트라우마로 인해 불감증에 발기부전(작가님이 행여 누군가 주드를 공으로 밀까봐 매우 걱정하셨나보다)
- 모두가 그를 사랑함. 그를 욕망하고 짓밟는 자들부터 시작해서 그를 자식으로서 연인으로서 친구로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넘쳐남.
- 사적으로는 병약한 신체와 트라우마로 인한 정병으로 곳통받는 청순가련 병약 미청년이지만 직장에서는 무자비하기로 유명한 능력 초존잘 변호사
- 툭하면 쓰러지는 병약미+너무 말랐어...말랐다는 말이 몇 번 나오니...
뭐지 이 설정과다
내가 지금 비엘 웹툰을 보는 거임?
진정하고 주변 환경이나 인물들도 보자
- 수도원에서 수사들이 주드를 뒤지게 두들겨 팸 돌아가면서 팸+자존감 박살내는 폭언+노동도 시킴+밥도 밥먹듯 굶김
- 루크 수사가 주드를 아주 공들여 그루밍해서 키잡(사실 키우지도 않음...)+성매매 시킴
- 그 후에도 고난이 종류별로 이어짐 애 인생이 아무튼 학대 종합세트임 다 있음 다 겪음 폭력 매춘 그루밍 성폭행 또 매춘 성병 감염 감금플에 차로 치어버리까지 전부 다(참 기구하다...)
- 그런데 15살 이후로 인생이 마법처럼 바뀜. 아니 인생 전반 15년동안 죽어라 억까하더니 그 후부터는 짠 그동안 고생 많았어염 이제부터 꽃길만 걸으세여임
- 인생 전반의 억까도 너무하지만 인생 중후반의 꽃길도 쫌 당황스러운데 일단 양아버지 해럴드가 너무나 유니콘이셔요. 성인이 된 후 입양한 양아들이 "이래도 날 안 버릴거임?" 하고 자기파괴를 해대는데도 한번도 실망하지도 좌절하지도 않고 끝까지 아들편이시다...친부모도 아닌데 이렇게까지...
- 그리고 윌럼. 내 수많은 비엘을 봤어도 노섹스를 참아주는 공은 처음임. 수가 못생긴거 가난한 거 성질 더러운 거 무능한 거 다 참아도 섹스리스는 참지 않는 것이 공의 도리이거늘 노섹스를 참다니 (물론 윌럼도 딴데서 욕구를 풀기는 함) ...대단하다 윌럼...심지어 그 와중에도 주드를 너무 사랑해주고 너무 다정해...게다가 존잘 월드스타야...넘 유니콘이셔요2222
- 물론 너무 꽃길만 걸으면 텐션이 떨어지니까 서브공도 붙여줌. 다정공이 각성하는 계기가 되도록 최대한 개객기로 설정.
다들 1권만 참으면 2권은 술술 넘어간다고 하던데 난 오히려 2권이 너무 뻔했다. 그냥 주드가 병원 오락가락하고 계속 부상에 자해에 정병으로 고통받는 이야기만 끝도 없이 이어짐...주드 본인이 가장 힘들고 괴롭겠지만 긴 병에도 효심(?) 지극한 주변 사람들도 진짜 대단...넘 유니콘이셔요3333
설정과다라고 해서 주드 캐릭터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얘긴 아니고.
섹스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 불감증+발기부전→ 납득할만한 설정이다. 자존감 박살로 자해를 반복하는 것 또한 충분히 있을법하고. 게다가 주드는 그 와중에도 사회생활도 잘 하고 노력도 엄청나게 하기 때문에 민폐 캐릭터라고 하기는 부당한 감이 있음. 그는 단지 작가의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았을 뿐이다...적어도 내가 보긴 그랬음. 주드의 투병과 고통 병원 진료 일지를 저렇게까지 자세히 쓸 일인가 싶었던...그리고 솔직히 저 표지부터 작가가 강력히 주장해서 선택된 표지라고 하던데 책을 읽은 사람들 모두 저 표지의 남자를 보고 주드를 생각했으리라 확신한다.
하여튼 남자(정확히는 주드)를 대상화한 묘사가 꽤 있는 만큼 남자가 좋아할만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함. 게다가 섹스를 참아가며 아픈 여주 뒷바라지 하는 남주? 이건 100% 여성의 판타지다. 여기 나오는 남성 등장인물들은 전부 다 "여자가 그린 남자"다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아는 사람은 알 것임.
그래도 재미는 있었음. 맨부커상 최종 후보까지 올랐다는 것이 살짝 의외긴 했어도 뭐 심사위원들이 알아서 했겠지.